샬롬!

 

며칠 전  배에 이끌려서(임산부처럼 불어나는 배 싸이즈L) 집밖으로 나갔습니다.

타운 홈 단지 내에 만들어 놓은 산책로를 따라 몇 바퀴 뛰기 위해서였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밖에 나와보니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먹장 구름 몇을 안고 있었습니다.

물기를 잔뜩 빨아들인 공기는 뜨거운 열기까지 더해 마치 싸우나 장 안을 방불케 했습니다.

들어가지’ ‘그래도 뛰어야지이 두 마음이 잠시동안 불꽃을 튀기며 갈등했지만, ‘가 승리하고 말았습니다.

 

둘레가 400m정도 되는 원형 산책로를 한 바퀴 뛰고났을 때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이,

두 바퀴를 다 돌아갈 때쯤엔 결국 장대비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전 뛰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처음엔 몸에 닿는 물기 때문에 찜찜했지만, 얼마 안 있어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꼬마 때 장맛비 속에서 놀 때 느끼던 그 해방감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장대비는 아스팔트와 풀밭에 길게 누워있던 더위를 사정없이 깨웠고,

깜짝 놀라 껑충 뛰어오른 열기는 내 코를 거쳐 폐를 자극했지만,

몸 전체를 때리는 빗줄기의 시원함을 당해낼 순 없었습니다.

빗속에서 다시 한 바퀴를 도는 동안 기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끼리의 친근함이라고 제목 붙일 수 있는

 

산책로에 들어설 때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던 소리들-풀벌레들의 울음, 매미들의 아우성, 새들의 지껄임 등-

비가 내리자마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마치 컨서트 장의 관객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음악이 시작되기 전 수근거리던 관객들이

마침내 무대에 등장한 뮤지션들이 만들어내는 화성에 귀 기울이며 잠잠해지는 그런 모습을.

신비함 속에서 빗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분명 4중주였습니다.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풀밭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나무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그리고 집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분명히 각각 다른 음색을 내고 있었고,

동시에 아름다운 조화를 창출해내고 있었습니다.

4바퀴를 마칠 때쯤 음악회는 아쉽게도 끝나고 말았지만, 감동의 여운은 제법 길었습니다.

빗소리 쿼테트의 연주가 끝나고나자 다시 관객들의 웅성거림이 빈공간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연주 후 박수를 치는 모습, 또는 연주장을 빠져나가는 부산스런 모습을 연상케 하는

몸은 땀과 비로 잔뜩 젖었고 다리는 오랜만의 노동으로 뻐근했지만 내 영혼은 표현하기 힘든 기쁨으로 들끓었습니다.

~명한 오케스트라 홀의 특석을 차지하고 앉아

세계적인 연주가들의 빼어난 공연을 듣고 난 후의 기쁨으로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그런 환희였습니다.

 

가슴을 채운 환희를 만끽하며 몇 바퀴를 걷던 중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을 제외한 자연물들끼리는 정말 친근한 관계를 누리고 있구나.’

인간을 제외한…’ 그래요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친근함의 써클 안에 인간을 끼워넣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쉼없이 발발되어 온 전쟁의 포화들.

산업화를 빌미로 한 이런저런 파괴의 행위들.

체르노빌에서 있었던 원전 사고. 태안 반도를 뒤덮었던 거대한 기름 띠.

아예 기름 저장소를 방불케 하는 멕시코 만의 기름 유출 사태.

해박하지 않은 머리로도 수 없이 떠올릴 수 있는 자연을 향한 인간의 공격적 행위들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각종 이상 기후 현상을 동원해서

너희들 스스로를 위기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행동들을 제발 그만 둬하고 데모하고 있는 자연의 아우성에 귀가 아플 정도입니다.

자연끼리의 친근함 속에 우리를 끼워넣기가 힘든 이유입니다.

 

하나님께선 창조 후 우리 인간을 자연의 파괴자가 아니라, 자연을 돌보는 정원사로 임명해주셨습니다.

우리 성도들만이라도 이 타이틀에 걸맞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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